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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업가정신 다이어리

'행복하게 살자' 그리고 '이상한 경험'


지난주 목요일, 수업도 없고 학교에 갈일이 있어서 더글라스 교수님을 찾아갔다.
오늘 수업이 있냐고 물어보시자, 수업은 없고 있다가 출근해야한다고 했다.
그때가 12시가 되어가던 때였다. 자기가 수업이 있어서 1시쯤에 다시 만나서 얘기하자신다. 알았다고 말씀드리고 1시전에 찾아갔다.
12시 50분경에 도착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예전에 나의 방황했던 시절에서 요즘의 생활에 이르기까지...

나더러 지금 삶이 만족스럽냐고 물어보신다.
당연스럽게 대답했다. "아니오"
나를 24살때부터 지켜봤던 그 교수님은 내가 정말 많이 변했다고 말씀하셨다. 자기가 지금까지 봤던 학생중 가장 많이 달라졌다고...
나는 뜬금없이 그게 무슨소리냐고, 난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그 말씀은 맞지않는다고 말했다.

지금 삶이 행복하냐고 물어보신다.
또다시 당연스럽게 대답했다. "아니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지금 내가 하고있는 일은 전혀 그런게 아닌데 행복할리가 있겠느냐며 반문했다. 그럼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보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예전얘기를 다시 꺼내신다.

"내가 판선을 처음 봤을 때, 너도 알다시피 나에게는 안중에도 없던 학생이었다. 항상 수업시간에 빠지거나 늦는게 다반사였고, 갑자기 찾아와서 이상한 질문을하는 가장 엉뚱한 학생이었다. 그런 나는 너를 그냥 보통의 학생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너는 달라졌다. 다른 학생들이 달라지겠다고 말만하고 지내는 동안에, 너는 조금씩 실천하는 모습을 나에게 보여줬다.
예전일을 떠올려봐라 판선. 아버지가 실직하시고 너는 방황하며 수업도 안들어오고 너는 그 후 8개월이 지나서 내 앞에 나타났다. 그게 작년의 일이다. 너는 많은 경험을 했고, 한푼도 없던 상태에서 지금은 직업도 갖고 너 스스로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고있다. 내눈에는 그게 정말 굉장해보인다. 내가 지금 수업이 있는데, 20분의 시간을 너에게 주겠다. 학생들에게 너의 이야기를 들려달라."

나는 내 삶이 정말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어찌보면 보잘것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파란눈의 외국인 교수님 눈에는 정말 신선하게 보였었나보다.
그리고 난 교수님과 함께 강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교수님이 나를 설명하셨다.

"내가 지금까지 수업시간에 항상 말하던 그 학생을 데려왔다. 이제 그 학생이 너희들에게 '성공담'을 들려줄 것이다."
'성공담(successful story)'이라는 말을 듣는순간 식은땀이 났다. 내가 뭘 성공했다고;;;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있다고 생각하는 나자신을 갑자기 한순간에 영웅으로 둔갑시켜버리셨다;;; 그리고 나는 약 25명가량 교육학을 수업듣고있는 학생들이 있는 강의실의 강단으로 올라갔다.

"저는 04학번 송판선입니다. 아직 졸업은 못했구요, 더글라스 교수님을 찾아갔는데 갑자기 이런 기회를 주셔서 놀랍고 당황스럽네요.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성공담'이라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지만 한번 시작해보겠습니다."

그러고서는 나의 대학생활에 대해 말을하기 시작했다. 중학시절 음악이 너무좋아서 대학가면 꼭하고싶은 밴드를 선택한 이야기부터, 그런 음악만 하고 수업도 안들어가던 나를 탐탁치않게 생각하던 부모님과의 트러블과 극복과정, 돈이없어서 했던 알바, 노가다 얘기, 아버지 실직후 너무 힘들어서 1년에 버스를 10번도 못탔었고 핸드폰 비용이 없어서 매달 최후통첩(?)이 날라오던 상황의 그시절 나의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작년 2010년에 나도 세상에 무언가 보탬이 되고싶은 사람이 되고싶어 이것저것 활동했던 이야기도 하게되었다. 대회에 나가서 수상을하고, 기업체의 대학생 프로그램도 참여해보고, 중국에도 갔던얘기들, 그리고 지금 학원에서 강사일을 하고있는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했다.

살을 더 붙일것도 없이, 그냥 내가 살아왔던 과정을 얘기해줬다. 난 정말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했는데, 학생들은 관심을 갖고 들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Q&A시간까지 가졌었다. 참...대답을 하는 나도 민망했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뭘 하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학생들이 의외로 질문을 많이 던졌다. 그러한 상황에서 영어는 어떻게 공부해서 지금 어떻게 강사가 되었는가, 왜 음악을 선택하지 않았는가,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 등등을...

아무튼 그렇게 예상시간보다 5분을 더 보내고 강의실을 나간후, 더글라스 교수님과 식사를 하였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나는 판선의 지금 모습이 너무 좋다. 내가 가르친 학생중 가장 달라진 학생이고, 넌 지금 행복해보인다. 그렇지 않은가?"
또다시 얘기했다. "아니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너는 힘든 시기를 겪었고, 지금은 너 스스로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고있다. 왜 행복하지 않은가?"

"아직 내 삶에 뚜렷한게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할 일이라던가, 미래의 계획, 지금 해놓은 것들이 너무나 보잘것이 없다."
"그렇다고 지금 불행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오"
"왜 한국의 학생들은 항상 걱정거리만 안고 살아가는가? 왜 항상 더 갖고만 싶어하는가? 그렇게 살면 결국 한평생을 행복한 감정은 전혀없이 불만족스럽게 살다가는 것이 아닌가"

그때 머리속에 뭔가 번쩍하고 지나갔다.
'맞아. 앞날에 대한 걱정이 항상 머리속을 지배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지금 불행하지는 않잖아. 왜 일상의 행복을 찾는것에 나는 그렇게 주저하고 살았던가.' 그리고 대답했다.

"지금까지 당신처럼 내게 일상의 행복에 대해 얘기해준사람은 없었다. 항상 넌 무엇이 부족한지만 체크해주고, 걱정거리만 안겨주는 사람은 주변에 많았다. 하지만 당신은 다르다. 이렇게 얘기해준 당신이 너무나 고맙다"

아무튼, 그날의 일은 내게 큰 경험이었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행복의 의미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던 기회였고, 계획에없이 강단에 서서 대학생을 상대로 나의 삶에 관해 얘기도 해보고...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조금 다시 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포커스가 좀 심각했던 '무엇을 위해 살것인가, 어떻게 해야 더 잘나질 수 있을까?'였다면, 지금은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한 시간을 갖자.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면, 미래도 언젠가는 그렇게 연결될 것이다'라는 지극히 누구나 알고있는 보편적인 사실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 머리속은 맑다. 개운하다.

'행복하게 살자'